서양 미술46 19세기 프랑스 살롱전- 헤게모니와 불완전성 사이에서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인류 문명의 전개 과정을 요약하며 그것이 도전과 응전의 역사였다고 말했다. 19세기 살롱의 역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살롱전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전시장은 서로 다른 예술적 생각들이 도전과 응전을 거듭하는 전쟁터였다. 그리고 이는 19세기에 생긴 갑작스러운 현상이라기 보다는 17-18세기부터 미약하게나마 나타났던 조짐이 표면화, 본격화 된 것에 가까웠다. 17세기 단 두 차례만 열렸던 살롱전은 국가의 프로파간다에 봉사하는 것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예술가라는 아카데미의 가치에 부합하는가라는 의문과 살롱전이 상업적 행위의 연장선이 아닌가라는 의심이 있었다는 것을 방증한다. 18세기에 들어와서는 궁정과 귀족 사회에서 유행하던 바로크, 로코코 예술에 맞서 신고전주의를 고수하는 일군의 화가,.. 2023. 7. 18.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의 탄생 - 역사적 기원 16세기 이탈리아 예술가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수공업의 일종이 아닌 창조적 창작 행위라 보았다. 그들에게 있어 예술 작품은 장인들의 기능적 숙련도의 결과가 아닌 자유 학예와 같은 지적 활동의 산물이었다. 이를 뒷받침하는 기관으로서 탄생한 것이 바로 아카데미였다. 이탈리아 아카데미는 고대의 작품을 모사하거나 이론적인 토론을 진행하는 등 보다 지적인 교육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했다. 피렌체에 설립된 아카데미아 델 아르테 델 디세뇨(Accademia del Arte del Disegno)나 로마에 생긴 아카데미아 디 산 루카(Accademia di San Lucca)가 이 시기 대표적인 아카데미들이었다. 이탈리아 각지에 설립된 아카데미들은 프랑스에서 온 화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아카데미아 디 산 루카에서 공.. 2023. 7. 6. 혁명 이후 프랑스 미술의 변화 -전통의 붕괴 혹은 다양성의 개화 원문 : Susan Siegfried, Alternative Narratives, Art History, vol.36, 2013. (대안적 내러티브들) 19세기 초 프랑스 미술계에서 보수적 경향을 대표하는 화가, 평론가들이 가장 자주 쓴 단어는 아마도 과잉이라는 단어일 것이다. 이때 과잉은 평자마다 다른 맥락으로 호출되었다. 누군가에게 과잉은 작품 수의 과잉이었다. 또 누군가에겐 작품 속 표현 방식의 과잉이었다. 과잉을 예술 향유층과 예술가의 증가와 연관시키기도 했다. 과잉이라는 단어가 지칭하는 대상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 의미는 명확했다. 과잉은 19세기 초 통제력을 잃은 예술을 수식하는 단골 용어였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가? 그들의 문제의식은 동일했지만 현상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은 차이가.. 2023. 6. 27. 그뢰즈의 역사화와 숭고의 문제 원문 : Eik Kahng, L'Affaire Greuze and the Sublime of History Painting, The Art Bulletin, vol. 86, 2004. (그뢰즈 사건과 역사화의 숭고) 1760년대 프랑스의 계몽주의자들에게 있어 장바티스트 그뢰즈(Jean-Baptiste Greuze, 1725-1806)는 화려함에 매몰된 프랑스 미술계에서 희망과도 같았다. 그들은 장식성에 몰두한 채 쾌감만을 제공한 로코코 미술과 다르게 그뢰즈의 작품이 사회적 소명감을 가지고 있으며 감상자의 감각이 아닌 양심에 호소한다고 보았다. 하지만 그뢰즈에 대한 지지는 1769년의 한 사건으로 크게 변화한다. 1769년 그는 아카데미에 (1769)를 제출한다. 작품은 로마 제정 시기 황제 셉티미우스 세.. 2023. 6. 23. 부정한 존재에서 자유의 상징으로 - 18세기 프랑스 미술에서 고양이 원문 : Amy Freund and Michael Yonan, Cats: The Soft Underbelly of the Enlightenment, Journal18, 2019 (고양이 : 계몽주의의 부드러운 아랫배) 루소의 『사회 계약, 또는 정치권의 원리』 혹은 『사회계약론』(1762)은 동시대 사회, 문화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국가와의 관계를 논하고 있는 책이다. 책 표지에는 그것의 내용을 암시하듯 자유의 여신이 화면의 중앙을 차지한다. 그런데 여신의 발치에 고양이 한 마리가 화면의 중앙을 차지하고 있다. 왜 『사회계약론』의 표지, 그것도 정중앙에 고양이가 그려져 있을까? 그것은 고양이가 18세기 프랑스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프랑스에서 고양이는 빈번하게 부.. 2023. 2. 27. 아르장퇴유로의 휴가 - 19세기 파리의 교외와 인상주의(완) 에밀 졸라의 14번째 소설 (혹은 명작)에는 클로드 란티에라는 젊은 화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는 옷을 입은 남성 두 명과 함께 있는 여성 누드 작품을 그린 이후 프랑스 예술계의 주목을 한 눈에 받는다. 또래 화가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던 그가 지방으로 간 것은 그 즈음이었다. 작품의 모델을 서주었던 여인과 사랑에 빠져 파리를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물론 단순히 사랑이 동기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는 파리 예술계를 둘러싸고 있는 까탈스러운 관객, 비평가들의 비난에 진저리가 난 상태였다. 이후 그는 얼마간 지방에서 생활하다 '파리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란티에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았다. 그리는 작품마다 성에 차지 않았고 설상가상으로 아들의 죽음까지 겹쳐 정신적인 고통을 받게 .. 2022. 9. 3. 이전 1 2 3 4 5 6 7 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