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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록

니켈 로스펠스, 이한중 역, <동물원의 탄생>, 지호, 2008.

by 공식 2026. 7. 5.

하켄베크의 공원은 이상적인 동물원이라는 19세기적 환상에 대한 반응인 동시에, 곧 미래의 동물원이 어떠할 것인지에 대한 비전을 나타내게 되기도 했다. 이들은 사람 쇼에서 힌트를 얻어서, 공원은 동물원이 관람객들을 위해 자연세계 재현을 추구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홍보했다. 공원은 북극 피요로드나 아프리카 평원의 한 장면을 재현함으로써 굳이 번거롭게 실제 장소를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사람들을 세계의 다른 장소로 데려다 주려는 시도를 했다. 공원이 전반적으로 강조한 메시지는 위험한 세상에는 유럽인들이라는 자상한 존재가 있다는 느낌이었다. 세상의 동물들과 사람들은 하켄베크의 보호, 즉 유럽의 보호 아래에 있는 한은 안전하다는 확신을 심어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p.295




저자에 따르면 최첨단 과학을 활용한 관리 체계와 자연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 동물의 스트레스를 줄이는 동물원의 운영 방식은 19세기 비유럽 인종들을 최대한 그들이 살았던 자연적 환경과 가깝게 전시하는 사람쇼와 공명한다. 다만 저자가 20-21세기 동물 보존 프로그램과 19세기의 사람쇼를 단순히 인과관계로 설정한 것은 아니다. 저자는 초기 동물원의 탄생부터 그것이 20세기에 들어 패러다임의 변화와 함께 새로운 모습을 갖추는 과정을 독일 하켄베크 동물원의 사례로 설명하며 사람쇼과 동물전시 사이에 놓인 복잡한 관계를 보여준다. 예상과는 다르게 저자의 책에서 이른바 선구자들의 목적은 언제나 순수하지만도 또 언제나 악하지만도 않다. 각자가 가진 나름의 논리를 통해서 그들은 동물이라는 존재를 대했으며 바로 그러한 목적들이 교차하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원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이 책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의사-실재를 만드는 동물원의 방식이 단지 긍정적인 목적을 가진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비록 동물원이 주장하는 공식 역사와 동물원 운영 당사자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경제적 이윤, 대중들의 흥미, (서구가 위험한 비서구권의 동물을 보호한다는 식의) 이데올로기적 확신이 뒤섞인 결과에 가까웠다. 또한 의사-실재는 '동물다움'을 내 눈 앞에 목격함으로써 그들이 인간들과 다르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장치로도 기능한다. 그런 점에서 동물원이 주장하는 자연다움은 그 목적이 어떠하든 인간-동물의 이분법적인 구조 하에서 한쪽의 우월성을 재확인해주는 목적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동물원에서 우리가 보고자 하는 것은 '열등한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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